그 사람
-공광규-
흰 그릇에 담아도
검은 그릇에 담아도 그대로인
바가지로 뜨면 바가지 가득
항아리로 뜨면 항아리 가득한
작은 도랑에서도 좁음을 탓하지 않고
맑은 노래를 부르는
탁한 강물로 흘러들어도
불평 없이 세상의 복판을 뚫고 가는
그러다 세상이 마음에 안 들거나 화가 나면
온 들판을 엎어버리고 새로운 길을 내는
어떨 땐 내 마음의 물길로 흘러와
찰랑찰랑 나와 한몸이 되는
마음처럼 고여 있고 감정처럼 움직이는
그러다 흘러넘쳐 나를 적시고
마침내 세상을 적시는
가끔 강하고 딱딱한 것들과 만나면
부딪치고 다투어 허물어버리지만
마음이 허공 같아
달도 산도 꽃도 마침내 하늘도 담는
그러다 햇빛을 담을 때
내 마음 가득 눈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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