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새벽입니다.
크고 작은 위악(僞惡)을 모조리 쓰레질 하듯
불평 많은 세상을 달래고 설득하듯
그렇게 내립니다. 비는...
몇 달 쯤 되었을 것 같아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비는 저녁나절에 내리기 시작하거나
밤중에만 쏟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마치 대낮에 쏟아지는 행위를 잊은 것처럼
어스름과 칠흑(漆黑)속에서만 할 말이 많은 듯이....
잠결에 폭우소리를 듣는 일은 일종의 은총과 다름 아니게
마음이 함초롬 적셔집니다.
쏟아 내림이 아늑하게 들어찬 어둠 속은 빗줄기들이 벌이는
흥겨운 잔치마당 같습니다.
그럴 때, 뭔지 모를 상념(想念)이 마음 가득 이리저리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됩니다.
최근의 나는 어떤 일이든 상쾌한 마음가짐을 생의 첫 번째 기본이
되도록 우선(優先)에 둡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상쾌라는 의미가 입안에서 톡톡 곁가지 치듯
소리를 내는 느낌입니다.
미립자를 입안에 넣으면 토닥거리며 터지고야 마는...
어린이들이 즐겨 사 먹는 과자처럼 말입니다.
주룩주룩으로 채워지는 세상이라는 그릇은 투박하고 거친 면이
많으면서 커다란 광야(廣野)처럼 넉넉합니다.
비와 땅이 조우(遭遇)하는 평화의 리듬.
그것은 분명 그대가 비추어주는 눈 시린 빛으로 인해 가능했을 것만
같아집니다.
그대의 내게 대한 격려가 몹시도 커다랗기에 나는 때로 신(神)의
질서(秩序)가 아닐까 하는 혼돈(混沌)을 맞기도 합니다.
혼자여도 , 혹은 누구와 함께 있을 때조차, 그대는 문득 생각 키워지는
선(善)한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도 그대에게 닿을 수 있는 강을 향해 천천히 노 저어 가려고 해요.
생(生)은 그렇더군요.
기차역 같아요.
오고 가죠.
있으며 떠나요.
오늘도 안녕이라는 천사가 그대와 여러 차례 악수를 나누기를 희망합니다.
그대...
나의 그대는 그대가 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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