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주(居住)하는 수도(首都)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피해가 극히 적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근도시인 라플라타가 엊그제 밤에 내린 폭우.
4월에 내린 백년만의 폭우.
6개월 동안 내릴 비가 한 시간에 다 쏟아졌다는 그 거대하고 광범위 했던 집중호우로
인해 도시전체가 현재까지 물에 잠기는 홍수사태로 아르헨티나의 매스컴이 몹시도
시끌벅적 어수선한 상태다.
어제 하루 종일 라플라타 시(市)를 조명(照明)하는 현지뉴스를 틀어 놓고 나는 틈틈이
고객들의 주문에 대응하거나 페북에도 열심을 다해 드나들기는 했지만, 평소 메시지를
나누던 절친 두 분에겐 토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표현 자체를 나도 모르게 절제하고 자중을
일삼았다고 본다.
홍수(洪水)가 난 라플라타 도시에서만 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아직도 물에 잠긴 상태인 도시전체의 재산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엄청난 숫자가 되리라고 뉴스마다 전한다.
말 그대로 천재지변(天災地變)이다.
뉴스를 접하는 내내, 나는 때때로 고개를 흔들었고, 일종의 서글픔을 억제하려고 애썼다.
이래저래 기도를 빠뜨릴 수 없던 어제였다.
오늘은 다시 예전의 나로 쉽사리 돌아오겠지만 오늘 역시 기도하는 자세를 잊지 않으려고 생각 중이다.
아침마다 세 잔 정도 마시는 커피를 당분간 한 잔으로 줄이겠다.
기분전환을 위해 가끔씩 사 입던 옷을 1년 동안 사 입지 않을 작정이다.
라플라타 도시...
사람들마다 아이들보다 반려동물들을 소중한 재산처럼 안고 나오며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침착하던 그 모습들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참으로 모처럼이었다.
나는 아르헨티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나를 발견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오며 아르헨티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첫째는 두려움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여유로움이었을 것이다.
그 어떤 절망적 상태에 있을지라도 그들에게서의 지금껏 통곡(痛哭)은 있을 수도 보아낼 수도 없었다고 여겨진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그러한 태도 자체에서는, 주어진 삶에 대한 무한한 설득력이 무럭무럭 피어나고 있었다.
빠른 복귀를 바라게 된다.
댓글 2개:
큰 일이 있었군요. 그런 일이 있을 땐 기도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안타깝지요. 그렇게 자신을 삶을 돌아보며 힘들어하는 그들과 마음으로라도 함께 하시려는 모습을 보고 배웁니다.
처남이 남극기지로 가서 반년씩 연구를 하다 고국으로 돌아가곤 하는데 아르헨남극기지가 가까운데 있어 자주 교류를 한답니다. 근데 미국이나 일본, 중국기지 사람들보다 훨씬 신사적이고 정직하고 근면하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
신사님 오랫만이셔요. 제 탓이 큽니다. 요즘 페북에 넋이 나가서리!!ㅎㅎ
이번 수재는 천재지변이라기 보다 인재입니다. 공장을 마구 지어내고, 하지만 백 년 전 하수구를 그냥 사용한다는 얘기가 말이 안되죠. 다행히 현지인은 물론이고 우리 한인들도 구호픔과 식량등을 속결로 지원하는 추세죠. 아르헨티노들... 정말 좋은 사람들이죠. 좋은 한 주 맞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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