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4일 일요일
새로운 희망
맹하린
10월 셋째 일요일이던 올해의 어머니날엔 사흘 동안 무척 바빴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엔 1시간 정도만 눈을 부쳤을 정도로 주문예약이 넘쳐 있었다.
당일 오후엔 예년과 다름없이 친구들이 일을 도왔다.
이틀을 밤샘한 셈이라선지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긴 머리를 과감하게 잘랐다.
미용실에 다녀오고 기다리고 그러는 과정이 성가셔서 내가 잘랐다.
빗장뼈에 닿을 정도의 단발머리가 되었다.
꼼꼼하게 자르지 않았기 때문에 가지런하지는 못해도 크게 괘념치 않는다.
도리어 거울을 볼 때마다 약간 층이지는 끝부분이, 내가 나를 웃음 짖게 만들고 있다.
내년 5월까지 결혼꽃 장식도 몇몇 주문을 맡아둔 터라 때로는 바쁘게 지낼 것 같다.
며칠 전 악플러들에게 연거푸 타격을 입었다.
그로 인해 외로웠다면 다행이었겠는데, 그런데 울적함의 극치를 맛보고 맛봤다.
실명공개, 내 글에 대한 폄훼 등등.
기분전환을 위해 옷 하나 구입해 보려고 수입옷집에 갔다.
본국의 남대문이나 동대문에서 구입해 왔을 게 분명한 울긋불긋한 한국 신상들이 하나같이 500페소(1백 달러 상당)가 넘었다.
대부분의 옷들이 거의 골프를 위한 상품들이었다.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마음에 드는 옷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아 금세 그곳을 나왔다.
몇 년이 걸릴 지 확언할 수는 없으나 환국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
아기자기한 내 나라에서 살아야겠다는 각오가 최근 들어 퍽도 사무치다.
엄마와 형제들을 지켜보고 친구들과 여행 다니기를 즐기며 나는 어쩌면 글도 안 쓰게 될 것 같다.
외롭지 않으면 글도 써지지 않을 테니까.
나는 그동안 외로웠을까.
그렇다. 밝음이라는 이름의 외로움 속을 타박타박 여일하게 지나 왔을 것이다,
엇갈리는 상념들이 자주 나를 흔들어 놓고는 했었다.
우기의 빗소리에 실린 생의 편린들이 투명한 아우성으로 들리기도 했었다.
어떤 면으로는 가장 평화로운 심리상태를 회복하려고 느닷없이 나는 새롭게 희망 하나를 구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악플러들…….
그들은 위대하다.
아르헨티나를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던 나를 몰아내는 일에 일익을 담당한 것이다.
단지 관심이라는 미명하에…….
익명의 바다에서 현장성을 담보하고 감상성 역시 극복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었는데...
그런데 익명에 혼겁하여 최근의 나는 실명에도 거부감이 생기는 현상을 겪는 중이다.
언제라도 상투성을 탈피하고 싶었던 것을.
환국.
요즘의 내게 절대군주의 존재처럼 유일한, 새로운 희망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오래전부터 나는 잠재적인 직관력으로 환국을 희망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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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씩씩한 우리 님께서 정말 마음고생이 심하신가 봅니다. 악플러 그까짓거 그냥 무시하세요.'물은 물이요,산은 산이로다' 말씀처럼 그냥 그러려니 하고 흘려 보내면 됩니다.
저도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언제간 제가 태어난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것은 해외에 계신 교포들은 모두의 바램 일것입니다.
아기자기하고, 나의말이 통하고, 고향친구들과 소주한잔 기울이며 인생 얘기하는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았는데,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 회원이 20만명이 넘더랍니다. 그러니깐 악플러가 그정도라는 얘기죠.. 정말 세상에는 삼류인생을 사는 사는사람이 많나봅니다. 얼마나 할일이 없으면 다른사람 악담으로 시간을 보낼까요?
힘든시간 잘 이겨내시고 님께서 좋아하시는 일과 활발한 활동하는 모습 보여주시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제 자랑이 악플러 약간 아니던가요?ㅎㅎ
저 잘 지내고 있어요.
환국은 어제 오늘 생각했던 일이 아니죠.
한 번 왔다 가는데 내가 지금 어디에 있나를 가끔은 묵상해요.
어느 해던가 한국 갔는데 마침 동창회가 전주에서 있어서 50여명이 함께 들어 갈 수 있는 호텔에서 한쪽에선 고스톱, 다른 한쪽에선 이약이약, 저는 시차 때문에 잠잤어요.
낮엔 재래시장에 가서 맛 있는 거 사먹고...
그런데 제가 젤 소녀티가 남아 있다는 공주에 뽑힘.ㅋㅋㅋ 에효, 이 못 말리는 공주병...한국 가면 양수리도 연거푸 가요.
나도 너랑 갈 거야, 그러는 칭구들...
님 덕택에 다시 여행한 기분.ㅋㅋ
근데는 가족이 아르헨을 넘 좋아 해요.
님 아니고 이 나라요.
제가 저를 가장 못 봐 주는 점이 무슨 울적함이 며칠도 못 끄나...그거죠.
오늘부터 다시 행복하려구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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