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일 월요일
추석을 바쁘게 보내고
맹하린
추석이 되면, 아르헨티나에 몸담고 사는 일부 교민들은 교회의 예배와 점심식사를 끝내고 우리 가게에 미리 맞춰둔 꽃다발을 찾은 후, 한인묘원에 가느라 바쁘다.
더러는 Memorial이나 Jardin de paz로 불리는 공원묘지에 가는 분들도 있다.
일요일에 문을 여는 한국인 꽃가게는 우리 뿐이므로, 아침 일찍부터 오후 네댓 시까지 빈틈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필이면 마약에 절은 젊은 노숙인 들까지 나를 작전에 넣었나 보았다.
맨 처음 빈 생수병을 들고 얼굴을 잔뜩 찡그려 뜨려 울상을 한 20초반의 여자 노숙인이 나타났다.
물 좀 달라는 요청이었다.
물을 담아 주며 불쌍하다는 생각에 약간의 적선을 한 게 크게 잘못한 일이었다.
그 일을 계기(契機)로 삼은 노숙인 들은 바쁜 와중에 있는 내게 교대로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유리창을 닦아 주고 용돈을 얻으려는데 퐁퐁 비누 좀 나눠줘요.”
거기까지도 참았고, 물비누도 덜어줬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적선은 건네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습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다음 차례는 Balde(양동이)를 든 또 다른 노숙인 이었다.
나는 빗장으로 고정해 놓은 틈새로 야단 좀 제대로 쳤다.
너그러울 때는 너그럽지만, 볼상 사나운 일에는 가차 없는 나.
"너희의 연극에 오늘 내가 바보로 등장하니? 중앙분리대에 공동수도가 멀쩡하게 잘 나오고 있잖아! 그런데 왜 아파서 쩔쩔매며 일하는 중인 나까지 지나가는 자동차의 유리창 취급을 하는 거야?"
그래도 마지막처럼 찾아든 여자노숙자는 어디서 훔쳤는지 팬지꽃을 한 박스나 가져 왔다.
"나는 내가 골라서 사 오는 꽃나무만을 판매하거든?"
거지는 달리 거지가 되지는 않는다. 일하기 싫어하고 뭘 바라기 때문에 거지 신세를 못 면한다고 본다. 한 마디로 말해서 거지근성이 살아있는 것이다.
내 생전 감기를 열흘이나 앓아 본 일은 처음이다.
입맛을 잃어 밥 굶기를 여러 날이나 밥 먹듯 했던 날들도 첨이다.
거지들이 교대로 찾아오던 날 역시 처음이었다.
어머니날이나 봄의 날이면 인터넷 신문이나 인터넷 게시판에 잊지 않고 광고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 봄의 날엔 결혼식 꽃이 겹쳐, 남의 중요한 일생일대의 행사를 불성실하게 해낼까가 염려되어 일부러 광고도 사양했었다.
매상은 예년보다 줄지가 않았다고 본다.
일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 당연히 건강에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열흘 동안 되도록 글도 멀리하며 지냈다.
10월 세 번 째 주일인 어머니날 준비를 위해 나는 거의 포스팅도 덜하며 바쁨과 휴식 사이를 오갈 것이다.
한 계단씩이 아니고 큰일만을 도모(圖謀)하는 대통령 크리스티나의 정책다운 정책은 어찌 된 일인지 한인 타운 거리를 거지와 마약쟁이들의 천국이 되도록 만들었다.
일요일이나 수요일에 나타나는 한국인들에게서 생기는 적선이 수월찮기 때문이다.
아베쟈네다도 좌판쟁이들과 대낮까지 설치는 강도들의 활동무대가 되는 일에 일익(一翼)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만 안 당하고 나만 잘 살고 있으면 된다는 인식에 젖은 사람들이 따로 없어진 시점이다.
본래의 의도(意圖)가 어찌 되었던 간에 거지와 마약쟁이와 절도범이나 강도들까지 육성(育成)하는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자주 떠오르는 현실이다.
정부는 어디서 정책개발이 삐거덕대고 있는지 정치쇄신을 중점적으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야겠다.
분명한 것은 복지국가건설은 거지나 강도 등의 활동영역에 보탬이 되고 더불어 사는 행태는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정치적 혁신과 개선에 포커스를 제대로 맞추는 나라가 되었으면 간절히 소원하게 된다.
세금만 걷어 들이는 게 능사(能事)는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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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바쁘게 사시는 모습이 참 좋아보이긴 하지만 건강도 챙기시길 바랍니다.
그렇죠? 크리스티나가 많이 잘못하고 있죠?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으니 사회에 어두운 모습은 보이질 않겠죠..예전부터 아르헨정치가 참....
비옵니다. 낭만적인것 느낌보다 '오늘 장사 다했다" 라는 걱정이 앞선 저도 욕심이 많나봅니다. ㅎㅎ
저는 매번 제 일의 과중함에 부딪칠 때마다 나의 이 정도 일은 일도 아니다, 아베에서 생업에 올인하는 님들에 비하면 내 일은 단지 취미일 뿐이다, 그렇게 자성하곤 합니다. 정신적으로 얼마나 많은 마모가 생길지는 감히 겉으로도 어루만져 드리지 못하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전 아베나 온세의 도매상들을 떠올리면 존경부터!!!
열흘 전의 봄의 날에 제 고객이며 아베의 도매상 지배인으로 있는 아드리안에게 꽃 한 송이 90여개 준비하는 과정에 질문했어요.
직원이 몇 명이시죠?
백 명 넘어요.
잘 생긴 아드리안은 그렇게 생의 모서리마다 반듯하게 부딪치며 살아가죠.
너무 많은 경쟁에 우리 스스로의 살을 깎는 과정도 어쩔 수 없이 겪는 셈이지만, 모두들 다 성공하는 우리의 젊음들이었으면 합니다.
특히 르헨님이 꼭~~~
욕심이라기보다 의무요 책임 아닌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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