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1일 화요일
다가오고 다가오던 등불들
맹하린
36개의 벽에 거는 꽃다발.
52개의 식탁 꽃.
8개의 메인식탁에 올리게 될 사방화.
6개의 꽃길기둥.
위와 같은 내용(內容)의 완성된 꽃 장식들을 싣고 J교회 수양 관에 위치한 결혼식 Fiesta(파티)장소에 갔다.
현지인 기사가 운전하는 트래픽을 이용한 길이었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37Km 떨어진 지역이었다.
수도(首都) 9 de Julio 거리에서 0Km로 시작되는 기준이기도 했다.
스승의 날, J교회에서 열리는 36인의 임직식 등의 큰 행사들이 금토일월 4일 동안에 걸쳐 여럿이나 겹쳐 있었다.
보름 간격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있으면 적당하고 고마웠을 행사들이어서 정신적으로 많은 압박감이 있었다.
주말이었는가 하면 주말의 시작이기도 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짐차를 이용하고 싶어서 전화로 장소와 날짜 등을 알리는 메시지도 남겼고, 전화를 여러 번 해도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다른 일이 예약된 상태인가보다, 그런 판단이 생겨 항상 이용하던 현지인 운송회사에 다시 연락을 취했다.
J교회 수양관은 천주교 피정의 집이나 다른 교회들의 수양 관에 비해 매우 현대적이며 가장 첨예로운 데다 특별하고 다양한 시설을 골고루 구비한 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축구장, 수영장, 교회, 각종 강의실과 기도실, 식당 , 정원등이 광활하면서도 깔끔함 그 자체처럼 돋보이고 있는 곳이 아닐 수 없다.
꽃장식에 소비된 시간만 한 시간도 넘게 정신을 쏟은 셈이다.
돌아오는 ruta(고속도로)에서 피로감이 단박에 달아나던 , 나는 시야 가득 등불을 담아내기도 하고 닮게도 되는 광경을 꽤 오랫동안 주시했다.
라플라타(은빛)도시에서 열리는 축구대회를 향해 맞은편에서 1분도 쉬지 않고 멈춤 없이 달려오는 승용차들, 그리고 응원단들을 실은 버스들을 거의 한 시간 이상이나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괄목할 만한 사실은 현지인들은 10년된 차는 기본으로 알고 있고, 20년쯤 된 차까지도 너끈히 몰고 다니며 전혀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들과 기사, 두 사람은 초반부터 동시에 합창을 했다.
“우와, 오늘 라플라타 시에서 있는 벨레스와 에스뚜디안테스의 축구시합!”
각종 크고 작은 차들이 모두 헤드라이트를 켠 채 우리의 왼 켠으로 수없이 다가오고 다가왔고 그리고 또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면 기둥으로 화할까를 염려하는 사람처럼 뒤를 돌아 본 일은 없어서 그렇게 다가 온 차들이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선 잘 모른다.
응원단의 대표나 주역들은 마피아들의 손아귀와 악력(握力)에 개입되어 쥐락펴락 조정되고 있는 현실을 결코 외면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선지, 응원단들이 탄 버스들의 선두(先頭)마다 필수적으로 경찰차들이 진두지휘하듯 앞장섰던 행군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지방 도시들은 대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켜야 된다는 교통법규 때문에 자동차들마다 두 눈에 등불을 켜는 의무와 책임을 철저히 실행하는 중이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 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된 법령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지방도시들은 그러한 법제정 후, 교통사고를 눈에 띄게 극소화 했다는 칼럼을 언젠가 읽었던 적이 있다.
그렇게나 많은 시간에
그토록 많은 자동차들의 행렬과
그처럼 많은 헤드라이트의 다가옴을 뒤늦게나마 접하고 보아낼 수 있어서 나는 내내 감동의 연속상태에 잠겼던 것 같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축구장을 가득 메워 백만이라는 관중의 숫자를 기록하는 거라고 아들과 현지인 기사는 서로 죽이 맞아 신나게 얘기의 꽃을 피워 냈다.
응원단끼리 싸움이 나서 인명피해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뒤따랐다.
아르헨티나 유명 사회자인 띠넬리의 별장이 맞은 편이라는 설명도 내게 전해졌다.
별장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성채(城砦)였다.
아르헨티나가 진정 불경기의 여파에 시달리는 중인지 전혀 실감이 안 나던, 아르헨티나는 과연축구의 나라인 게 확연한 사실을 눈으로 재확인 하듯 1시간 정도 지켜보면서 나는 내 활동영역의 본거지인 가게에 5시쯤 돌아왔다.
인간은 6백만 정도의 어휘를 구사(驅使)할 수 있으며 그러한 언어구사 능력은 이렇다 할 노력이라거나 의식적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 자연적인 팔다리의 자람과 다름 없이 언어 능력 또한 자연발생한다는 연구를 설파한 언어학자가 있었다고 기억된다.
나는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많은 부분을 그 많은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 등불에 쏘이고 돌아왔다고 자인하게 된다.
누가 뭐라 해도 길고 말 많고 가끔은 오타도 생길 수 있는 글들을 영원에 이르기까지 써낼 생각이다.
나는 마치 언어들마다 두 손 가득 받아서 마음 깊숙이 재워둔 사람처럼 새삼 든든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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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아르헨티나의 축구 사랑은 정말 광적이죠.
언젠가 벨레스 구장에 현지인 친구들과 한번 간적이 있었는데 정말 살벌하더군요.. 그후론 축구경기장에 가지않아요..
열성적으로 자기팀을 응원하는 것은 좋은일이지만 폭력과 약탈이 난무하는 상식밖의 그런일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대대로 내려오는 축구사랑에 제가 뭐라고 참견은 못하겠네요.ㅎㅎ
오랫만에 수양관에 갔다오셔서 좋으셨겠습니다.
가끔 좋은 공기도 마시고 오세요.ㅎㅎ
가끔 국제 테니스 경기나 축구경기를 열심으로 관전해요. 활기와 용기와 단결심을 얻게 되죠.
수양관의 입구에 매화가 피어 있어 반가웠어요.
교민신자들에게 좋은 영성을 심어 주는 차카고 차칸 수양관이기를 빌게 되었어요.
자연도 사람도 내가 필요로 하고 감사히 여기면 모두 좋은 공기 같아요.ㅎㅎ
차칸남자 드라마 1편 잼있게 봤심더~~~
전 드라마 안 볼 것 같은 분에겐 꼭 이렇게 선전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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