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6일 일요일

계란 한 판 목욜 오후 3시쯤, 우리 가게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중국마트의 젊은 주인 루이스 쳉이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문 앞에서 나를 불렀다. 그의 억양이나 발음은 대단히 중국적이다. 내 이 나라 이름 마르가리따를 마드가디따라고 부른다. 그의 아내 까리나 왕은 한 수 더 뜬다. 자카리따! 자카리따는 시내에 있는 이 나라의 전통 넘치는 묘지 이름도 되고 그 지역 전체를 통 털어 일컫는 명칭인 것을. 그래도 나는 이렇다 저렇다 지적하지를 않고 마냥 애교스럽게 받아줘 왔다. 무더위로 인해 상품으로 판매하는 계란이 벤시미엔또(유통기한)가 닥치기도 전에 상할까 싶어 걱정이란다. 그래서 미리 내게라도 한 판을 선물하고 싶다면서, 퇴근길에 들러서 챙겨 가라는 설명이 짧게 뒤따랐다. 그럴 때, 나는 부담이다, 싫다, 상하기 직전의 것을 선물하면 되느냐, 제 정신이냐 그러질 않고 무조건 받는 성격이다. 부에노(좋아요)그러면서. 깨뜨려 봐서 노른자가 풀리면 가차 없이 버릴지라도. 마트조차도 나는 기분에 따라 변화롭게 이용하기 때문에 루이스 쳉의 커다란 단골도 못 되는 편인 것을. 그런데 퇴근 후에 만나기로 한 친구가 둘 있었다. Impala라는 현지인 식당으로 약속장소가 정해졌는데, 농장친구와 기봉 씨였다. 부인회에 관한 미팅이었다. 화숙씨 엄마의 생신초대도 겹쳤지만, 사방 화를 화려하게 만들어 선물로 일찌거니 보냈었다. 부인회에 대한 얘기가 좀 길어지자, 화숙 씨와 N여인에게서 두 친구에게 여러 번이나 카톡이 왔다. "빨리들 와! 다들 가고 우리만 남았어." 어제 퇴근길에 토마토와 바나나를 구입하면서, 선약이 있었기 때문에 미안했다고 솔직하게 사과했다. 루이스 쳉은 7시 경부터 자기들 퇴근시간인 9시까지 내가 잊고 그냥 지나가는지 자꾸만 산책길을 지켜보게 되더라고 했다. 내가 골라둔 과일을 볼사(봉지)에 담으며 그는 잊지 않고 계란도 포장해 주고 있었다. 어려서 심부름으로 닭장의 둥지에서 계란을 여러 개 꺼내어 바구니에 담고 마당으로 나서기 시작했을 때처럼 나는 퍽으나 결연해져 사뿐사뿐 조심스레 걷고 있었다. 루이스에게서 받은 계란이 아니라 계란을 둥지에서 막 꺼내든 심정 같은 게 문득 치밀었기 때문이다. 아직 깨뜨려 본 건 아니지만, 계란은 어쩌면 막 구입한 싱싱한 것일 확률도 거의 배제하진 못하겠다. 누구에게 위로를 안길 수 있는 성품은 신의 특별한 은총이다. 루이스 쳉은 그런 식으로라도 나를 향해 말없는 위로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 혼자 나를 믿는 것은 진정한 신앙이 아니다. 여러 사람을 위해 봉사를 펼치고 향기 묻어나는 생활을 추구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었다. "루이스와 까리나, 고마워요! 잘 먹을 게요. 축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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