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폭죽놀이



   맹하린


크리스마스나 제야(除夜)를 더욱 극적이고 특별하게 즐기려는 의도에서, 그리고  마귀를 쫓는 의미에서도  시작된 역사와 전통이 함께 하는 의식(儀式)인 폭죽놀이.
밤 12시면 전국적으로 일제히 폭죽과 폭탄이 터뜨려지기 시작하여 새벽까지 전쟁터를 방불케 하던 아르헨티나.
이민 30여년 만인 올해의 크리스마스이브엔 처음으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보냈다.
정부의 수입품규제정책과 연휴가 그 일에  한 몫 했을 테지만, 불경기의 여파(餘波)라거나 물가상승 역시 여러 몫을 담당했으리라.
그토록 장관이면서 스펙터클한 소음 속에서도 새 나라의 착한 어린이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가족에게서 다른 행성의 별종 취급을 받던 내가 어젯밤엔 여러 번 잠을 뒤척였다.
폭탄소리라는 자장가가 없는 크리스마스이브는 너무나 허전하고 맨송맨송 서먹서먹 허무의 극치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눈을 감은 채 여러 생각 속을 헤매다가 가까스로 새벽을 맞게 된, 주룩주룩 비 내리는 일로 시작되던 2012년 크리스마스…….
아르헨티나여!
내 자장가 돌려 줘요~~~

-초여름-
전주문협 일에 열정을 다하고, 수필집과 시집을 여럿이나 출간한 김용옥 시인에게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나야 잡문이나 쓰면서 세월아 네월아 살고자 작정을 굳힌 지 이미 오래여서 감회가 새롭다면 새롭겠습니다.
너무 아낀다는 일이  너무 크거나 작은  상처로 안긴 모양새가 된  이들에게 치유를 전하는 글이나 가끔 써내고 싶은  접니다.
이 세상 최고의 명의(名醫)는 자기 몸 안에 모시고 산다는 명언처럼, 가족의 상처 역시 가정(家庭)안에 안주해  있겠고, 내 지인들과의 치유 비법 또한  이민공동체 안에 살아 숨쉬고 있음이 정석(定石)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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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옥이어요‏
 2012-12-24

 김 용옥
받는 사람: 맹하린언니
시간이 낯설게 만들어선지
내가 사람을 두려워해선지, 언니 생각을 이따금 하면서도
얼른 편지를 쓰게 되지 않습니다.

우린 대부분 '사는게 바빠서'라며
점점 한 개의 외딴 섬이 되어갑니다.
이게 현대인의, 잘 배우고 잘 산다는 현대인의 특징 같아요.
난, 이 동네에서는 잘 지내는 편입니다.
대부분 문인관계로 이삼십년씩 쌓아온 우정 덕분이지요만.
그리고 요즘엔 오직 글을 쓰고 책을 발간하며
인생을 정리하고 있어요.
언니에겐 아랫사람이 별소릴 한다 싶겠지만요 ㅎㅎㅎ.

사람도 자꾸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어야
잔정이 들고 인연이 질겨진대요.
형제도 멀리 살고 거의 만나는 일 없고 보면 멀어지더라고요.
세상을 이해하는 사상, 사는 방법, 매기는 가치가 다르니까요.
나이들수록 '독립된 인간'이란 걸 깨닫는 거죠.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절대고독을 깊이 생각합니다.
이제야 철이 난 거지요 인생에!

언니.
연말도 그냥 한 마디의 흘러가는 시간으로 보입니다 이젠.
그래도 새해는 좋습니다. '새'가 붙은 여러 단어를 끌고 오니까요.
새 마음 새 다짐, 새 목적 새 관계 새 일을 찾아 나가렵니다.
올해엔 수필집 2권을 냈습니다.
내 일을 미루고 있다가 이제야 묶은 거지요.
내년엔 더 많은 열매를 맺어놓으려 합니다.
여기저기 연재하던 수필들과 제구실 못한 시들을 엮으려고요.
언니, 나, 늙어 죽을 준비를 한답니다. ㅎㅎㅎ

언니 언니 하린 언니.
언니에게, 새해2013년이, 특별한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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