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7일 일요일
내 문우(文友)들
맹하린
보름 전의 월요일은 국경일이라서 문협의 야유회에 다녀왔다.
해마다 한 번은 기본으로 가는 뿐따라라 강으로였다.
지독한 감기를 앓는 깜냥으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었고, 안 가고 싶었는데 사람 노릇이라는 게 그리 단순한 일만은 아니어서 옷을 여러 겹씩 단단히 껴입고, 봄인데도 털옷까지 걸친 중무장 차림이었다.
몇몇 여류들이 내 털옷을 가장 부러워했을 정도로 날씨는 매섭게 추웠다.
P전 회장은 돌아오는 자동차에서 안 오려다 맹선생님 때문에 왔노라고 표현했다.
아사도를 잘 굽는 대가(大家)라서 안 올 수가 없었겠지만, 그렇게 말해주니 싫진 않았다.
그리고 내 김치가 단연 인기였다.
김치를 잘 안 먹던 회원들도 김치를 맛 있게 먹었다고 칭찬했다.
나는 여러 문우들이 출발 전에 모인 바다가게의 책상 위에 김치 통을 약간 소리 나게 놓으며 투정처럼 말했었다.
"원래 왕따는 이런 것도 준비해와야 돼서 너무나 성가셔요."
문우들은 합창처럼 웃었다.
바리톤, 베이스, 소프라노, 알토 등이 적당히 뒤섞인 웃음이었다.
작가정신(作家精神)이 부족한 문우들에게서 잊을 만 하면 항명(抗命)도 받는다.
사실 작가정신(作家精神)이 모자라는 짓을 못마땅해 하는 자체가 작가정신(作家精神)에 위배(違背)되는 일이긴 하다.
가장 견딜 수 없는 농담은 나를 자꾸만 경로석으로 가라고 놀리는 일이다.
한 번만 더 들으면 백 번이나 듣는 말이다.
한 번만 더 듣게 되면 문협을 안 나갈 각오를 단단히 굳히고 있는 중이다.
안 웃자니 그렇고 웃자니 그렇고 그런 농담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우를 다잡았나 하면 저 문우가 또 시작을 한다.
관심인지 비난인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힐 때가 많다.
이래 저래 나는 점차 은둔자가 되어 가는 판국이다.
하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대접을 받는 위치에 있는 편이기는 하다.
문협 뿐 아니라, 자유게시판의 은둔문인들 역시 나는 아끼고 사랑한다.
페북이나 트위터도 즐겨 들르지만, 자유게시판은 하루에 열 번도 더 찾아간다.
동생이나 조카 같은 은둔문인들을 음으로 양으로 두둔하고 싶기 때문이다.
페북이나 트위터는 항상 이웃 동네 같은데, 자유게시판은 내가 사는 동네인 게 분명하고 확실하다.
감기를 앓느라 강가에 몇 번쯤 혼자서 다녀왔을 뿐, 내내 잔디 위에 깔린 카펫 위에 엎뎌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통 사진도 못 찍었다.
강은 잔잔히 용솟음치는 밀물처럼 내 시야 가득 자꾸만 밀려 왔다.
찬바람을 쏘여 감기가 더 심해졌지만 잘 다녀온 소풍이었다.
이제 은둔하는 내 문우들을 만나러 쪼르르 자유게시판에 다녀와야겠다.
가끔은 그들을 우리 가게의 고객으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여긴다.
느낌이 그럴 경우엔 나는 시치미 뚝 떼는 선수 중의 선수다.
그들의 마음은 그 아름다운, 아름답다기 보다 빛나는 것 같은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고는 했다.
만일 자유게시판이 없었다면 그들은, 또는 우리는 아마도 돈에 치어 죽고 말았을 것이다.
매상을 많이 올리려고 매장을 상품으로 꽉 채우며 살기는 싫다.
수더분, 흐르며 우연히, 혹은 필연처럼 만나게 되는 문우들이 있어 그런 대로의 살맛이 난다.
그들이 있어 잡문이라도 끼적이게 되는 것이다.
내 뇌(腦)속에는 가족이 걸어둔 가훈(家訓)이 무사튼튼 언제나 걸려 있다.
"글 가지고 돈 벌 생각은 마세요.
오로지 글도 돈도 쓰고 싶어서 쓰는 분이 되세요.
돈 버는 일은 작은 꽃가게로 대만족이셔야 합니다."
안다. 재물을 모으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재물의 노예가 되지는 말라는 뜻이라는 거.
재바른 근심과 걱정을 지닌 과정 속에서도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가 진정한 행복이라는 정도는…….
때로 내가 만나는 문우들이 위트 넘치는 전사들일 때가 없잖아 있지만, 대부분 예민한 존재일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문우라는 설정은, 편하면서도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새싹을 자라게 할 뿐 아니라, 온갖 아픔을 치료하는 의로움의 터전도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꾸만 비끌어 매고 걸어 잠그는 정서(情緖)를 우리가, 또는 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풀어내느냐가 우리 능력의 관건(關鍵)이랄 수 있다.
우리는 갈수록 첨예로워지는 게 아니라 차츰 너그러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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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잠깐 시간내서 뎃글 남겨요.. 요즘 딥다 바쁩니다. ㅡ.,ㅡ;;
이번 연휴때에도 님의 가게쪽으로 지나갔어다. 이젠 습관처럼 지나칠때마다 '언제간 님을 만나 볼 기회가 있을것 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ㅎㅎ
가끔 외출은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저는 정말 바본가 입니다.
전 제가 아는 분이 댑다 바쁘다면 참 좋은 소식으로 들려서 기분 많이 근사해져요.
우린 문우인데 못 만날 이유라고는 없죠.
그런데 사실 두렵긴 해요.ㅎㅎ
무슨 문우가 엄마 같아? 그러실 듯~ㅋㅋㅋ
저 역시 어머니 날이 지나야 제대로 된 휴식을 맛 보게 될듯요~
대목 많이 보시기를 바라요!!!
어우..바쁘게 뎃글 달아서 오타 투성이네요. 본의 아니게 죄송합니다.이말 할려고 다시 들렸어요.ㅎㅎ 요즘 날씨가 많이 변덕스러운데 이런 날씨엔 감기 조심하세요.
모가 지송하죠?
저도 일부러 오타 두들겨 볼까요?ㅎㅎㅎ
우린 외국에 나와서 다른 말도 익혀야 하고, 그리고 이 끝도 없는 이민자의 생활을 하는데 오타는 당연해요.
그리고 님은 이 나라 학교도 다니신 분이라 그점 부럽죠~~~
감기는 다 나은 편입니다.
고마워요. 어딘지 모르게 든든해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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