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5일 월요일

이런 틈바구니에서의 글쟁이 노릇




                         맹하린


정치?
일간지와 TV방송국 등의 문어발식 대형 체인을 여럿이나 소유한 CLARIN.
아르헨티나 언론계를 거의 완벽하게 장악(掌握)하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CLARIN은 몇 년 전, 현(現)대통령 크리스티나의 남편이던 고(故)키르츠네르 대통령 내각과 매우 불편한 관계의 줄다리기를 거듭했다.
질적 양적으로 너무 거대한 성곽이 되려는 끌라린이라는 재벌회사를 음으로 양으로 압박하려는 정부와, 시도 때도 없이 간섭을 일삼는 정부를 자체 언론을 이용하여 여러 차례 파헤친 데서 일의 발단(發端)이 일파만파(一波萬波) 이슈화 된 것.
결국 고(故)키르츠네르 대통령 내각은 끌라린 신문사에 몇 십 명의 국세청 직원들을 풀어 기습작전을 감행했다.
요소요소에 유능한 인재들, 특히 유태인 직원들을 골고루 기용한 끌라린은 곧장 정부를 고소하는 사태로까지 대응다운 대응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난다 긴다 하는 끌라린의 변호인단이 노린 시일 지연작전의 구축 망에 키르츠네르 정부가 자연스레 걸려든 모양새가 되었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일은 미해결 사태로 남아 있다.
그러한 와중에도 아르헨티나 국민 대다수는 달러투기라는 개인주의적 내 주머니 채우기에 너도나도 혈안이 돼 있었다고 보면 지나친 수식어가 되려나.
경제??
유태인은 말할 것도 없고, 몇몇 한인들은 의류도매시장의 메카인 아베쟈네다 지역에 시가 50만 달러에서 1백만 달러를 웃도는 가게를 몇 개 내지 몇 십 개까지 소우했다는 얘기가 심심파적으로 떠돈다.
전세제도가 전무(全無)한 아르헨티나의 경제 구도상, 그들은 3년에 한 번식 사용자가 되돌려 받지 못하는 쟈베(Llave)라는 명칭을 갖춘 권리금을 몇 만 달러에서 몇 십만 달러까지 가게 주인에게 지불해 왔다.
월세는 월세대로 적잖이 내면서 말이다.
사회주의의 표방과 자본주의적 행태가 복잡하게 뒤섞여 창궐하는 매우 머리 아픈 양상(樣相)이다.
문학???
어느 정도 파악은 되어 있지만, 아르헨티나와 한국 문단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존하는 문인의 숫자도 숫자지만, 관념이나 주관이나 사명감 자체가 판이하고 특이하게 다른 것.
여기는 남미다. 그러니 교민들은 물론이고 나 역시 남미 식으로 살기도 하지만, 한국인임이 확실한 정체성으로 인하여 가장 한국인처럼 살아갈 때가 더 많다고 본다.
나 때때로 제 2의 나라라는 망토를 벗어 던지고, 모국애라는 겉옷으로만 생을 유지해 오기를 즐겨 샐행해 왔으리.
나는 도덕적 사회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일보다는 일탈을 통해서나 가능한 행복을 추구해 온 한낱 글쟁이에 불과하다.
아르헨티나의 중견작가인 마르셀로 비르마헤르가 자전적 단편소설에 총알로 쏘았던 직언(直言)으로 이글을 마칠까 한다.
<솔직히 내가 살아오면서 보아온 돼먹지 못한 시인들, 다시 말해 시장(市長)의 생리(生理)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쓸데없는 말을 쏟아내면서 나 같은 사람은 상업적 작가라고 매도(賣渡)해 버리는 문화계 인사(人士)라는 작자들이 알고 보면 하나같이 정부(政府)의 녹(錄)을 먹는, 즉 노동자와 힘없는 연금 생활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먹고 사는 인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직(公職)을 꿰차고 앉든가 시에서 주는 상이나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 등을 싹쓸이하는 인간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장장 이십 년 동안 스스로를 소비계층이라고 부르면서도 실은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먹으면서 나 같은 사람에게 전화해 원고료 한 푼 안주고 글이나 써오라고 하는 기생충 같은 인간들이었다,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댓글 2개:

lovemate :

님...정치 얘기는 안하신다는데 오늘은 님의 정치얘기를 다 듣네요..ㅎㅎ
원래 자본주의에선 모든것들이 얽히고 설켜서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구분짓기가 굉장히 어렵죠. 그나마 개념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의 룰을 지키면 살려고 노력하는 반면, 룰을 이용해 먹는 파렴치범도 있기 마련이겠죠.
마지막 아르헨티나 작가의 구절이 마음에 와닮습니다.

maeng ha lyn :

네. 노란 손수건을 쓴 그 작가의 단편들 대부분 참 리얼해요. 젊고 유능한...아마 유태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병폐를 다 알면서 고질화를 방관하며 살고 있죠. 우리는...자주 못 뵈어도 잘 계시기를 소원하게 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