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식탐




일요일에 가게를 비우면 안 된다는 거 매우 잘 알면서도
친구가 오면 밥먹자고 말하면서 한 시간 정도 나가게 된다.
물론 가게 문에는 세 시에 돌아온다고 적은 손바닥만한 종이를 붙여 놓는다.
어제 정오엔 친구 수산나가 미사를 마치고 왔길래 함께 식당 향가에 갔다.
빈 틈이 안 보일 정도로 자리가 꼭 차서, 겨우 남은 두 자리를 내 줘 우선 안도.
나는 물냉면, 수산나는 칼국수를 시켰다.
교민 성악가이며 쥔장인 안나 정님이 동분서주 왔다갔다 그러다가 나를 발견하고 반가워해 주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온 후, 안나 정님이 보쌈을 한 사라 담아와 내게 선물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소식주의자다.
내게 주어진 양의 이외엔 식탐을 하지 않는 주의.
그래서 평생 과식이라고는 모르고 지내왔다.
본국여행 때, 포항의 친구가 날이면 날마다 코스요리와 그에 버금가는 외식을 시켜줘 나는 소화기관에 탈이 좀 났었다.
그래서 대구에 있는 친구를 만났을 때는, 거의 가벼운 메뉴만을 원했다.
그때 첨으로 맛보았고, 맛도 근사했던  따로국밥.

어려서도 설이나 제사, 그리고 일 년에 열 번에 가깝게 지내던 제사마다 나는 기름냄새에 거부감을 느껴 주로 야채만 챙겨 들었다고 본다.
그런데 나의 맹꽁이 기질은 유년시절부터 계속 되었던가 보았다.
그렇게 제사나 명절이 지난 사흘 후에야 기름진 음식이 불현듯 먹고 싶어지면서  뒤늦게 생각까지 났던 것.

어제, 향가에서 들었던 물냉면 맛이 내가 이민와서 가장 맛있게 들었던 냉면맛이었지 싶다.
국물이라고는  전혀 안 좋아하는 내가 국물도 들었으니까.
수산나는 칼국수의 양이 너무 많다고 내게 따로 덜어 주었고, 나는 냉면의 국물을 컵에 따라 수산나에게 건넸을 것이다.
안나 정님이 식탁 중간에 놓아 준 보쌈은 포장해 달래서 가져왔다.
소식가의 대변인이라도 될 정도의 자격이 부여되는  내가,  선물로 준 그 보쌈을 못 먹겠다고 그냥 놔두고 온다면, 그 선물의 의미부여는 일순 사라지게 되기 때문.
오늘의 첫 식사가 되는 아침식탁에서, 나는 그 보쌈과, 며칠 전 가족의 친구 엄마인 차마리아 자매가 가져다 준 오이지를 곁들여 들었다.
환상이 따로 없어 보이던 매우 감격되던 맛이었다.
보쌈도 오이지도...

지금껏 진수성찬에 거의 모두 거부감 지닌 채 살아 왔다.
초대를 받아도 다다다 먹어 보는 게 아니라, 내 취향만 섭취해 왔을 것이다.
친구 역시 많이 두기를 결코 원치 않는다.
내 맘을 전해 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테두리를 두고 있다.
나는 현재 느끼고 있다.
지금의 나는 문득 여기에 흐르고 있음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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