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글
맹하린
어떤 시인이 짜박짜박 걷던 어린 시절에 가루로 된 농약을 손으로 콕콕 찍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걸 발견한 엄마는 아이가 입안을 물로 헹구어 줄 경우 목안으로 농약성분이 넘어갈 것을 염려한 나머지 엄마의 혀로 그 농약을 핥아 주었다고 합니다.
우리 글 쓰는 사람들은 가루농약인지 먹을 것인지에 상관없이 어떤 사물들을 콕콕 찍어 보고 먹어도 보고 그럽니다.
물로 헹구어 준다면 목안으로 넘길까가 걱정되어 글은 글 쓰는 사람들을 혀로서 헹구어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지난 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신 김영길 선생님을 저는 그저 인사나 나눌 정도로 어쩌다 뵈었지만 그분의 저서 '남미를 말하다'를 접하면서, 참 아까운 분이 너무 일찍 세상을 뜨셨구나 하는 회한이 남아 유족에게서 부탁해 오는 추모의 시를 선선히 허락하게 되었습니다.
추모의 시
많은 이들이 세상과의 손을 놓고 표연히 떠났으나
김 선생님, 당신은 남미를 말하다라는 손으로
우리의 손을 아직도 지긋이 잡고 계십니다
죄송합니다, 김 선생님
당신의 그 무궁무진한 지식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당신을 외신기자 정도로만 보아냈던 우리의 시선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좋던 날들 그다지 없었던 건 아니겠으나
당신 노고의 대가를 뒤늦게 감사할 일
너무도 아득하고 송구스럽습니다
남은 것은 또 다시 낯선 땅에 당신을 떠나보내고
우리는 남미를 말 하다를 새삼 감격으로 맞았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1년이나 지나 버린 이 시점에서
겨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오! 이미 멀리 떠났던 당신과 뒤늦은 악수나마 나누려고
이곳에 모인 우리가 당신은 보이시는지요?
이렇게 우리 모두에게 이토록 절절하게 남미를 대변하셨으니
모든 것 다 잊으시고 평안과 안식을 그곳에서 맘껏 누리십시오
우리 교민사회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처럼 염려하던 끈 기꺼이 놓으시고
부디 편히 계시옵소서
그리도 관심을 온통 쏟고 열정을 모두 바쳐 남미를 말하셨으니 우리 또한
당신을 기억하면서 남미를 말하겠습니다
영원한 복락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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