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8일 토요일

지금 나는 여기쯤 흐르고 있다






       맹하린


에바 페론의 사진이 실린 100페소권이 얼마 전  조폐공사를 거쳤으며,  곧 시중에 유통되리라고 매스컴은 전한다.
두 종류의 100페소권이  함께 통용되다가 새로 발행된 ‘에비타’ 100페소로 차츰 대체 될 전망이라는 보도(報道)다.
민주주의 회복을 극복한 이래, 디자인이 다른,  두 종류의 최고액권이 공존하며 통용하게 되리라는   계획은 아르헨티나 역사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고새면 정책이 바뀐다.
새 지폐만 사용하게 될 거라고도 발표하고 있는 것.
암달러환전금지화 문제도 그렇다.
역작용을 일으켜 날이면 날마다 국외로 새어 나가는 달러가 말 그대로 억!이 붙고 맨 나중에 달러가 붙는 자가당착의 현안을 회오리 바람처럼 휘몰고 온 형국이다.

여당(與黨)의 상징인 ‘에비타’의 사진이 인쇄된 지폐로 인해 각계의 논란(論難)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100페소 보다는 200페소나 500페소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어느 여성상원의원의 비난 실린 제언 또한 무시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이다.
위협적인 인플레로 인해 회사나  사업가들의 자금이동문제가 점차 강도들의 집중적 타깃이 될 우려와 확률도  한층 그 수위를 높이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현지 인터넷 신문은 근사치(近似値)에 가까운  몇 가지 루머를 제시했다.
가장 정확한 진단(診斷)은 현재 통용되고 있는 100페소의 화폐가 인플레로 인한 마구잡이 발행으로 그동안 지나친 남발을 유도해 왔다는 발언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의 부호를 찍어 낼 여백(餘白)이  전무(全無)한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내 나름의 관점으로 볼 때도  가장 정확성에  근접한 포착이었지 않나 싶어진다.
예를 들자면 새로 나오게 될 '에비타' 지폐는 숫자 옆에 A라는 부호가 시작되는데,  기존의 100페소 화폐는 이미 U의 부호에 이른 상태라는 사실 말이다.

이미 새로운 지폐가 진군(進軍)을 서두르기 위해 얼 차렷 상태인 마당이다.
아르헨티나에 몸담고 살고 있는 일개 자영업자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 나온 100페소권 화폐에 관하여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언급을 삼가야겠다는  각오를 굳히게 된다.
말 그대로, 말로써 말 많으니 말만 많을 뿐...무슨 도움이 되겠으리오!이다.

우리 가족이 이민 온 77년도를 전후한 군정 시대에는 한 달 생활비가 100 달러에서 몇 백 달러 정도면 충분한 정도가 아니라 쓰고도 남았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허리띠를 조이고 모든 분야의 지출을 최소화 시켜도 1~2천 달러는 기본 생활비로 지출해야 하는 시점(時點)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은 영업장의 월세와 공과금들을 제외했는데도 이렇다.
개탄(慨歎)이 절로 터지는 판국이다.
그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이 되지 않는 발군(拔群)의 진보(進步)다.

매사에 긍정적인 내 타고난 성격상 그저 이래저래 웃고나 살아야 제대로 살아질 것 같다.

아르헨티나 양대 전력회사인 에데수르와 에데노르는 부에노스아이레스시 당국이 전기요금 5천 9백만 페소(1천만 달러 상당)를 미납했다고 7개 공원과 서너 개의 시 건물에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고 한다.
양대 전기 회사는 5개의 동상(銅像)과 여러 개의 공원에도 단전 조치를 취했다.
사태의 커다란 쟁점은 보조금 폐지와 4배나 급등한 전기 요금에 있다고 알려졌다.
길의 넓이가 200미터라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누에베 데 훌리오 거리의 오벨리스코탑이 어둠에 잠겨 있는 뉴스를 접하면서 한순간 암흑을 실감했다.

일신의 영달(榮達)이나 안녕(安寧) 또한 어스레 어두워지려 해서 그 어두움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예전에 보았던 영화 한 편 다시 보면서 울고 웃었다.
1991년 아카데미상 3개 부문을 석권한 노미네이트…….
“어웨이크닝(AWAKENING, S=사랑의 기적)이다.
로버트 드니로와 로빈 윌리암스가  주연이고,  특히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가 압권이다.
평론가 한 사람은 드니로의 연기를 "신 들린 연기"라고 극찬 했다.

다행스럽게도 정전 사태는 금세 원상 복귀된 상태다.
참 흥미진진(興味津津)한 나라의 기다란 지표 위, 나는 격동의 시대 한 가운데서 여일하게 잘 흐르고 있는 중이기는 하다.
강인지 호수인지가  바다처럼 커다란 나라여서인지 가까운 길이 훨씬 멀고,  작아야 할 자연 풍광조차도 너무 거대할 뿐이라는 느낌만 새삼 사무치다.
이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들 말한다.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살기 때문인지 크게 추위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춥다는 사람들을 보면 덩달아 춥다.

도덕적 사회적인 잣대를 제시하기에 앞서 일탈(逸脫)이라도  꿈꾸게 되는 시절(時節)이다.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그리운 사람


 -법정-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곁에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그리움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그런 사람과는 때때로 만나야 한다.



그리워 하면서도 만날수 없으면

삶에 그늘이 진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지극히 사무적인 마주침 이거나

일상적인 스치고 지나감이다.



마주침과 스치고 지나감에는 영혼의 울림이 없다
영혼의 울림이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2012년 7월 25일 수요일

침향沈香




   맹하린


교민들이 운영하는 여러 식당들의  대다수가 그렇지만,  H 회관이 특히 우리 가게에 주문을 많이 한다.
다른 식당들은  돌이나 칠순이나 행사를  어쩌다 치르지만 H 회관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잔치나 행사가 있다.
가장 큰 홀을 갖췄다는 이유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내가 꽃을 납품할 때면 D 정의 아주머니는 그런다.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읍시다.”
H관 아주머니는 가끔 김밥이나 튀김을 종이 상자에 싸준다.
H 회관의 아주머니는 불고기나 굴비나 반찬을 매번 친정 식구처럼 챙겨준다.
어리석음을 나타내고 싶은 성격은 아니라서 나라는 사람은 누가 뭐든 주고 싶어 하면 일단 고맙게 받는다.
한국의 시골에서 사목하던 어느 외국인 신부님은,  신자들이 가져다주는 밀주나 탁주를 앞에서는 고맙게 받고 뒤에서는 냇가에 다 쏟아 버렸다던가.
마시기 싫어서가 아니라 못 갖다 주는 신자들에게 미안함을 덜어 주려는 처사였다고 한다
H 회관의 불고기는 매우 진한 양념 맛이고 너무 단맛이라서 나는 그걸 받으면 고맙게 잘 먹겠다고 좋아라,  가져와서는 사실은 이웃에게 모두 나눠 주고 만다.
받는 일이 불편하고 거북스러울 땐 4시 이전에 간다.
그 시간엔 종업원들만 일하고 아주머니는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워드 작업을 하는 중에 친구 J가 전화를 해왔다.
여러 가지 불경기의 압박감 때문에 며칠 동안 밥맛을 잃었다고.
마른 백설기 한 쪽을 조금씩 떼어 먹는 일로 점심 식사를 대신 했다고.
진정 말라버린 백설기와 같은  파근파근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는 명심보감의 한 가지 일을 겪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智慧가 자라지 않는다는 명언이 순간적으로 떠올랐지만 말없이 그녀의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일에만  충실하고 있었다.

장마, 가뭄, 총기 난사, 인명 살상, 불황…….
이보다 더 극한적인 상황이 따로 없어 보일 정도로 세상은 온통 대형 사고의 연속이다.
재난이나 날씨의 변동變動, 그리고 불경기의 여파는 시도 때도 없이 우리의 생활 터전을 홍수로 넘치게 하거나 가뭄까지 겪는 사태처럼 허우적 대게 만들고 있다.

일요일의 퇴근무렵.
문협 회장이 종신 선생을 가게로 보내 줬다.
그의 자동차로 김한식 선생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장소인 장의사에 다시 가야 했다.
아침 나절에 이미 혼자서 다녀왔었다.
단체로 가는 저녁에는 갈까 말까 망설이던 나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낸,  일종의 배려라면 배려였을 것이다.
장의사에선 L 선생과 나란히 앉아 한참이나 얘기를 주고받았다.
문협 후배들과 얘기를 나눌 때마다 불현듯  깨닫는다.
내 주위에 존재하는 내 문우들과 친구들과 그대들의 소중함에 대해서다.
내게 문우들과 친구들과 그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되돌아보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은총이라는 사실을 터득하기에는 상당한 고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L 선생과 얘기 하는 도중, 나는  여러 번 얘기의 가닥을 다독이듯 추스르고 있었다.

침향沈香…….
오랜 세월 동안 맑은 강물이나 땅 속에 묻어 두었던 참나무를 바람에 정성껏 말린 뒤에 얻게 되는 향이라고 한다.
내 문우들과 친구들과  그대들이 내 마음에 참나무 여러 토막 묻어 두었나 보다.
나의 행복은 오늘 유난히 사색적思索的인 표정을 하고 있다.




2012년 7월 23일 월요일

나의 생일




    맹하린


토요일.
S 교회의 결혼식 꽃 장식을 맡아 무척 분주하게 지냈다.
그런 와중渦中에 김한식 선생의 부음訃音을 받았다.
88세.
5~6년 동안 거동이 불편하셔서 바깥 출입을 못하고 계셨었다.
그분에게는 초대初代라는 직책과 명칭이 여럿이나 따랐다.
초대한국학교 교장.
문협 초대회장.
J교회 원로 장로.
평통 초대 위원.

그분의 가슴에 하트 형 꽃 장식 하나 안겨 드렸다.
내가 지인들의 떠남마다 안겼던 하트 형이나 십자가 형 꽃 장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우리 가게를 통해 납품 되었던 문협과 H 한의원을 포함한 장례 화환들이 열 개 정도 되었다.
특히 그분이 몸담고 계시던 J 교회와 , 1년 전 분쟁으로 갈라져 나간 교회와 이도 저도 껄끄러워 자녀 분들이 옮겨간 S 교회에서 각각 보내온 세 개의 화환은  내게  많은 격세지감隔世之感 은 물론이고 짧은 묵상黙想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동분서주東奔西走 바빴던 날이 하필 내 생일이었다.
원래 생일을 티 내며 지내는 성격이 아니라서 점심에 달랑 미역국만 끓여 먹었다.
하필 내 생일에 돌아가신 분까지 계셔서 더욱 내색을 삼간 생일이었다.
덜 바쁜 날...
내가 나를 위해 주고받는 선물 하나 사면 된다.
새 옷 사는 게 너무 아까워 아마 헌 옷 하나 사게 될 것이다.

 오후에는 어떤 청년이 전화를 해왔다.
150페소(30달러 상당) 정도의 라운드 형 꽃다발을 일식 집으로 퇴근 시간에 맞춰 배달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럴 경우 나는 꽃의 용도를 꼭 묻는다.
내 딴엔 격에 맞추기 위해 그러는데,  어떤 고객들은 왜 알고 싶어 하느냐고 묘한 과잉 반응을 보내온다. 그러면 나는 으레 친절하게 답한다.
“좋은 날이시면 꽃을 더 예쁘게 해 드리려구요.”
그분은 미리 생일 선물이라고 말했었다.
(나와 생일이 같은 분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우루과이 수입 장미를 소국과 안개로 감싸고 비싼 탓에 잘 사용하지 않는 한국산 마직麻織으로 포장했다.
나와 생일이 같은 이에게 안 보이는 축하를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친구 하나가 퇴근 시간 무렵 전화를 해왔다.
“어떻게 지내?”
나는 마치 내가 먼저 전화를 했던 사람처럼 그녀의 안부를 가로채듯 묻게 되었다.
“빠삐용!”
그녀는 골프 치며 주워들은 최신식 용어를 잘도 내게 전달한 것이다.
빠지지 말고
삐치지 말고
용기 있게 살자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자기는 어떻게 지내?”
“나? 나라고 하는 자기는 그럭저럭이 매 일반이지.”
“하하하.”
하마터면 사실은 오늘이  내 생일이야, 그렇게 실토할 수도 있었으려나...

일요일.
이웃에 위치한 바다 가게에서 보라색 상의 하나를 건졌다.
흠이라고는 없고 너무 마음에 쏙 드는…….
새 옷 같은 헌 옷이었다.
50페소(10달러 상당)의 매우 착한 가격이었다.
새 옷과 다름없어 옷도 마음에 들었고 가격도 마음에 들었고 나의 생일에 관한 처신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내 자격과 모양새와 위치를 잘 알고 있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몇 번인가 짚었던 일이지만 나는 양력 생일과 음력 생일을 모두 챙긴다.
음력 생일이 되는 8월에는 작은 케이크도 하나 사고, 미역국은 한번이면 됐으므로 내가 좋아하는 잡채와 겨자채를 준비해야겠다.
가족과 쉬쉬 비밀스레 나눠 먹는 생일 맛이란 참 유별난 기분을 안긴다.
하루하루 사는 게 왜 이리 갈수록 섬세하며 특별한 느낌인지 모르겠다.
내게 생일이 있어 감사하고 두 번이나 챙길 수 있는 내 에너지 낭비이며 일종의 연약한 착상着想 또한 감사하다.
해마다 그랬지만 올해의 생일은 특히나 눈물 뚝뚝 흐르던…….
너무나 감격적인 생일이었다.
문명文明의 이기利己 속에서 권태倦怠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에너지 공급원이 되는 내 두 번의 생일…….
내게 생일은 인간성 회복을 위해 일 년에 두 번 치르는 충전작용充電作俑, 바로 그거다.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나를 친구로 대하는 막시(Maximiliano)




맹하린


꽃 시장에 가려면 새벽 4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
아침마다 해내는 약간의 기도와 준비 과정이 30분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꽃 시장은 6시에 개장(開場)한다.

나는 자가용이 없다.
예전엔 차가 있었고 운전도 했었는데 내가 하는 일이 워낙 복합적인데도 행동반경
은 뻔해서 그다지 차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차를 소유하는 건 한 가족의 생활비보다 훨씬 웃도는 소비 문화를 유도한다.
꽃 시장에 갈 땐 레미스를 이용한다.
벌써 8년 동안 현지인 레미세로 막시와 다니고 있다.
막시는 내 아들 또래다.
꽃 시장에 가면 내가 손 하나 까딱 안 하도록 본인이 다 들고 다니고 내가 꽃을 구입하면 일단 자동차에 갖다 두고 다음 코스에서 내가 꽃을 사는 동안 그는 금세 나타난다. 내가 찾아다니는 꽃 집의 순서를 이젠 훤히 꿰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고마워서 크리스마스 라던가 여름 휴가를 갈 때면 잊지 않고 막시에게 약간의 촌지(寸志)를 건네 왔다.
지난 여름 휴가에, 그들 내외는 Necochea지방에 다녀오면서 Alfajor(쵸코파이)와 수정으로 된 돌멩이가 달린 열쇠 고리를 사다 주는 연례 행사를 잊지 않고 해냈다.
해마다 작은 정성이지만 꼭 그런 식으로 보답을 할 줄도 안다.
나는 봄의 날이나 연인의 날 등에는 꽃다발을 만들어 주며 부인에게 가져다 주라고 말한다.
차가 고장 나면 자기 아버지 차를 대령 해서라도 꼭 약속 시간을 지켜내는 막시.
8년 동안 그가 약속을 못 지켜낸 건 두 번인가 세 번 밖에 안 될 정도다.
정말 책임감 넘치고 신용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認識)이 저절로 든다.

내가 새벽 차창(車窓)을 보며 상념(想念)에 잠길 때면 말을 아끼고 조심할 줄도 안다.
새벽 하늘에 떠오른 아름다운 무지개에 넋이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면 그는 차를 천천히 몰 줄도 안다.
그는 나에 앞서 먼저 말을 시키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내가 글 쟁이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5년 정도 레미스 기사로만 일했지만 3년 전부터는 그 일의 한계성을 깨닫고 대형 식품공장에 취직하여 물류 담당의 일을 하고 있다.
레미스 기사보다 월급 제때에 받고 보너스와 연금이나 의료보험 수당등의 혜택을 회사 차원에서 지급 받는 형편의 지금이 훨씬 안정된 생활이라고 말한다.
누가 뭐래도 그는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다.
아침 7시가 출근 시간이라 내가 꽃 시장에서 돌아오는 시간과 잘 맞아 떨어져 그 점을 몹시 안도하는 눈치다.
어느 바람이 몹시 불던 날.
무개차(無蓋車)로 꽃을 잔뜩 싣고 가던 현지인이 거친 바람에 Flor De Seda(비단꽃) 두 단을 휘날린 채 velez Sarsfield 거리의 대로변을 아무 것도 모르고 달려가 버렸다.
막시는 자동차를 스톱하고 막무가내로 달려오는 자동차들 사이로 뛰어가 그걸 주워다 내게 건네 줘 함께 마구 웃었던 일도 있었다.
도저히 주인을 찾아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어쩌면 내게 남편과 같다.
나를 키워 준 내 조국은 절대 아닌 것이다.
말썽 쟁이가 아닌 것처럼 말썽쟁이고 어떤 면으로는 나를 아끼는 것 같은 태도지만 온갖 고생 다 시키고 달러 갖고 장난이나 치고 매사에 편안하지도 않고 집안에서는 희생하기를 강요까지 한다.
하물며 대내외 적으로 태연자약 참고 살아가기만을 강요하는 나라.

그나마 막시가 친구처럼 대해줘 고맙다.
친구라고 말해줘서 고맙다.

7월 20일이 되는 친구의 날.
나를 친구로 여겨 주는 고마운 이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한마음 가득 보낸다!!!
그리고 기회가 닿으면 이 영화 한 번 보라고 권유하게 된다.
안 보이는 친구의 역할이 잘 표출된 영화다.

제목...DAS 레벤 데르 안데르벤=타인의 삶
(잠시 우분트로 설치한 탓에 부호도 영문도 난해...)

* 1986년 대의 동독 비밀 경찰 슈타지를 다룬 영화다.
비밀 경찰 대위 비슬리의 시선을 통해  비 인간적이고 억압 적이던 동독의 인권 탄압을 조명했다.
독일 영화 11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으며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의 후미(後尾) 역시 압권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가 드라이만의 새 소설 “선한 사람을 위한 소나타”의 첫 장에 ‘HGW/XX7'에게 바칩니다 라는 문구를 발견하는 비슬러...
계산대 앞에선 비슬러에게 점원이 묻는다.
“선물로 포장해 드릴까요?”
“아니오. 이 책은 나를 위한 겁니다.”